(분노주의)중학생 딸이 아내만 보면 체합니다.
중학생 딸이 하나 있는 아빠입니다.
벌써 거의 일주일 전 일이 되었네요.
저번 주 화요일,
아내가 딸을 정말 많이 때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와 제가 딸을 아프게 했습니다.
딸이 나이가 나이인 만큼
본인의 진로에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내와 저는 공부를 잘하는
딸이 좋은 대학에 가서 편하고
좋은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우리 딸은 예체능 쪽에 관심이 가는 모양입니다.
그걸로 아내와 딸이 몇 달이 넘게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딸에게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피아노, 뮤지컬, 성악 등등
아내가 원하는 진로와는 전혀 반대였습니다.
아내는 학창시절 1등만 해왔고
공부로 성공한 사람이라 딸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저도 비슷합니다.
딸이 어릴 때 아내가 피아노를
가르쳐 준 적이 있습니다.
나한테 처음으로 피아노를
가르쳐 준 건 엄마였지 않냐고 하면 아내는
또 그러라고 가르쳐준 거 아니라면서 싸우고..
싸운다기보단 딸이 일방적으로 혼나죠.
엄마에게 못 대듭니다.
딸이 세 달 정도를 아내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아내는 처음엔 몇 번 읽더니
이젠 어떤 내용일지 아니까 아예 읽지 않습니다.
그래도 꿋꿋이 약 세 달을 편지를 쓰는 딸이
한편으론 대견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세 달 정도를 울면서 얘기하고 편지 쓰고 그랬습니다.
문제는 저번 주 화요일이었습니다.
아내가 화를 내거나 혼내면
항상 울거나 죄송하다고만 하던 딸이
처음으로 엄마에게 대들더군요.
공부 잘하는 자식이 갖고 싶다고 해서
놀고 싶은 거 참아가면서 공부해줬고,
하라고 하면 했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했고
엄마가 아니라 회사 상사랑 사는 것 같다,
바빠서 나랑 얘기도 많이 못 하면서
나한테 할 말은 공부하라는 말밖에 없냐
도대체 피아노는 왜 가르쳐 줬냐,
왜 어릴 때 나 데리고 뮤지컬 보러 다녔냐 등등..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하자
아빠는 엄마랑만 살지 나는 왜 낳았냐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아내가 화가 나서 딸을 때렸습니다.
저는 한숨을 쉬고 다른 방에 가 있었습니다.
30분이 넘었는데
매질하는 소리가 멈추질 않았습니다.
아내가 2~3월쯤에도
딸을 한 번 심하게 때린 적이 있었는데,
중간에서 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아내가 딸한테 집착을 하는 것 같은데
한편으론 딸도 아내 말을 듣고
그냥 공부를 했으면 좋겠고,
아내가 심한 것 같다가도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 딸은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겠다는데
무슨 죄인가 싶고....
둘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몇 달간 혼내고 혼나고 반복이었으니
제 자신도 스트레스가 컸나 봅니다.
저 땐 딸을 너무 때리는 아내에게 화가 났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자꾸 화나게 하는
딸에게도 화가 났었습니다.
아내와 딸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애를 아예 죽이지 그러냐,
그냥 죽여버리라고 아내에게 화를 내버렸습니다.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나서 그랬습니다.
집에 있으니까 화가 나서 집 밖에 나가려고
뒤돌아서는데 딸이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울었습니다.
제가 나가면 집에 둘 밖에 없으니까
무서웠나 봅니다.
그런데 뒤에서 또 때리는 소리와 함께 잘못했다고
우는소리가 들리니까
순간 화가 나서 딸에게 다가가
뺨을 두 대를 때렸습니다.
그렇게 때려서 죽겠냐고 하면서 딸을 때렸는데....
제가 정말 잘못했죠.
차마 아내를 때리진 못해서
아내에게 화가 나는 걸 딸에게 풀었습니다.
그걸 보고 아내가 니가 지금 때리고 싶은 게 나야
얘야?라고 했고 누구겠어?라고
대답하니까 진짜 한 번 해보자는 거냐
길래 그대로 집을 나왔습니다.
두 번째 나가려고 할 땐
딸이 가지 말란 말도 안 하더라고요.
그 뒤로 한참을 더 맞았겠죠
새벽 두 시쯤 설마 아직도 때리겠어..
하면서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내와 딸이 있던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딸 방에 가니까 문 바로 앞에 바닥에 엎어져서
자고 있는 딸이 보였습니다.
다리가 바로 보였는데 정말 심하게 때렸더라고요.
조금 과장해서 허벅지가 살점이
너덜너덜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딸에게 미안한 건
그 다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 ‘내가 나가고 나서
아내가 화가 많이 났었구나’였습니다.
그 정도로 딸을 때린
아내가 밉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딸을 들어서 침대에 눕혀주고
잠든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어린 게 무슨 죄인가 싶고...
한 방에서 어른 둘이 애 하나를 때린 셈인데
참 애한테 뭐 하는 건가 싶고..
엄마 아빠가 정말 잘못했죠.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아내에게 “엄마 저도 커서 엄마처럼 살래요~”
이랬던 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지금 딸은 아내와 저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습니다.
휴대폰만 하루 종일 손에 쥐고 있고 만지작거립니다.
수요일(맞은 다음 날) 밤에 일어났는데 토하고
아내 얼굴만 보면 체하고
또 아내는 그걸 보면 기분이 나쁘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딸에겐 저도 똑같겠죠.
그냥 자기를 때리고, 못 지켜준 아빠겠죠.
가운데서 중재를 못 하는 아빠인 거 저도 압니다.
혹시라도 딸이 나쁜 생각을 하고 있을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됩니다.
자식을 미워할 리가 없는데..
본인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입니다.
부모 둘 모두에게 의지를 못 하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집안 분위기가 살얼음판입니다.
아내가 딸을 미워해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맞은 아이한테
가서 엄마가 널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니다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아내와 딸이 싸우면 저는 또 아내랑 싸우게 되고
딸에게 뭘 잘못했는지 알긴 알겠는데
제3자가 아니다 보니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나뿐인 엄마랑 끝을 보게 할 수도 없는 거고
정말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할까요..
둘을 무조건 갈라놔야 끝나는 걸까요
딸이 불쌍해서 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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