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결혼을 안해주겠다는 남자(feet.후기글 포함)
저는 30대 초중반이구요 남친은 2살 연하에요
어쩌다 우연히 술자리(헌팅 아니고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 알게 되어
남친이 저한테 첫눈에 반해서 만나달라 만나달라 뭐 기회를 달라느니 했구요
전 사실 연하 별로고 만나본적도 없었지만 워낙 계속 제가 좋다길래
그렇게 연애 시작하게 되었고 만나다 보니 똑부러지고 괜찮은 사람이라서
4년 넘게 만나고 있었어요
만난 기간도 꽤 되었고 제가 나이도 있는지라 슬슬 결혼에 대해 남친의 생각을 물어봤어요
남친은 삼수해서 뒤늦게 대학 들어간터라 사회진출이 약간 늦었지만
그래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좋은 학교에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도 잘 잡고 해서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이제 진지한 이야기를 할때도 되었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친의 반응이 너무 충격적이에요
"우리나라에선 결혼하면 여자들이 손해보잖아?
그러니까 너를 위해 내가 결혼 안해줄게!"
이딴 말을 하네요 하...
저게 도대체 무슨 개소리인지 좀 설명해보라 하니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 니가 평소에 여자가 결혼하면 손해라고 말했잖아?
나는 그점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너는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것 같아
그래 우리나라에선 여자가 결혼하면 손해야 ^^ 그러니 너를 위해 내가 결혼을 안해줄게!
결국 같은 소리긴 한데 완전 궤변이죠 뭐...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해요 사실 한국처럼 가부장제가
심하고 육아조건도 좋지 않고 경력단절등으로
여성이 피해보는 나라에선 결혼은 어찌보면 여자의
무덤이 맞다고도 생각하고 평소에 그런
얘기를 몇번 했는데
근데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요??
아무리 상황이나 조건이 힘들어도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극복하는 거지
그걸 저렇게 냉소적으로? 비꼬는게 너무 정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럼 나랑은 결혼 안할거냐고 했더니
그러겠대요 저랑은 결혼은 생각안하는게 좋을것 같대요
배신감에 눈물이 나고 손이 떨리는데... 억지로 눈물 참으면서 물어봤어요
그러면 무슨 생각으로 4년넘게 내나이 30대
넘어갈때까지 나 붙잡고 있었냐 나 갖고 논거냐...
이러니 자기 나쁜사람 만들지 말래요
본인은 분명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저와는
그에 대한 가치관이 워낙 다르니 어쩔수없는거라네요.
우리는 끝까지 갈수는 없을거라네요
그럼 넌 결혼 안할거냐고 물어보니 또 할거래요ㅡㅡ;;
결혼에 대해 자기랑 가치관이 맞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여자랑 결혼하겠지?
이소리하는데 더이상 못참고 욕하고 돌아왔어요
붙잡지도 않더라구요...
그동안 제가 그놈을 만난 4년은 뭘까요
낭비한 제인생이 너무 아깝고 잃어버린 4년은 어디서 보상받을수 있는건지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
남친, 아니 이젠 전남친이죠
이인간 분명 싸이코패스겠죠??
추가
후기글
어제 글썼다가 오늘 밖에 약속다녀오고 이제야 확인해 봤는데
이게 뭐라고 톡선에까지 올라가고 이렇게까지 댓글이 많이 달릴줄은 몰랐네요
깜짝 놀랐어요
많은 분들이 상황을 잘 모르시고 마냥 욕하는 악플만 단 것 같아 내용추가할게요
네 저는 결혼이 여자가 손해라고 생각하구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생각할거에요
저희 엄마요 정말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자 였어요
국민학교 중학교때 학교에서 공부잘하는걸로 손가락에 들었구요
근데 그거 알아요? 엄마보다 한참 모자란 외삼촌을 공부시키겠다고
또 여자가 무슨 공부냐 대학이냐 그러면서 외할아버지는 억지로 엄마 공부를 못하게 했어요
엄마가 울고불고 무릎꿇어가며 빌었지만 엄마가 공부못하게 책 숨기고 불질러버리고 했어요
술좋아하고 놀기좋아하는 외삼촌이었지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좋은학교 보내야 한다고 공부시켜야 한다고
엄마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부도 못하고 외삼촌 학비대주느라 희생했었어요
그 와중에도 피눈물 흘려가며 몰래 숨어가며 공부해서 대학을 들어간 우리엄마를 저는 세상에서 제일 존경합니다
엄마의 인생은 아빠를 만나면서 망가졌어요
엄마보다 못한 학력에 자존심만 센 남자를 만나면서요...
엄마는 직장에서 유능한걸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대학원도 가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은 여자 였어요
근데 결혼을 하면서 모든게 끝났어요
솔직히 엄마가 아빠보다 더 능력있고 더 잘가나면 잘나갔지 모자란것 없는 사람인데
그 가부장제의 희생양이 된거에요
아빠 만나서 결혼하고 저랑 동생을 낳으면서 당연한 듯이 엄마는 퇴사를 해야 했고
대학원은 꿈도 못꾸게 됐어요
그렇게 똑똑했던 엄마는 저희를 기르고 아빠 뒷바라지 하느라 모든 인생을 버렸어요
아빠라는 남자는 매번 자격지심에 사업을 벌리다가 실패하기 일쑤였고
그 열등감을 엄마한테 풀었어요
그렇게 평생을 가스라이팅 당하며 지내셨고
그 똑똑했던 소녀는 지금 살림만 신경쓰고 집안일밖에 할 줄 모르는 중년 아줌마가 되었어요
저는 어릴때부터 그 모습을 보며 결심했어요 절대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고
전남친은 술자리 통해 만나긴 했지만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솔직히 처음엔 나한테 너무 가볍게 접근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몇번씩이나 매달리는 모습에 간절함이 보여서 만났던거에요
하지만 알게되면서 똑똑하고 똑부러진 모습이 보였고
배우자로서 아이아빠로서 이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결혼에 대해서도 이사람과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거에요
취집이요?
저도 서울경기권에서 디자인과 나와서
제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고 나름의 커리어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밥벌이 정도는 충분히 해요
본인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고 싶은건 여자라면 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솔직히 그동안 남친 자리잡기까지 제가 정서적으로 많이 도와줬고 기다려줬구요
남친 사회진출이 약간 늦었고 본인의 목표가 워낙 컸던터라
그 분야에서 성공할때까지 지켜봐준거에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댓글 남기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그리고 또 아니나 다를까 이런글에서도 페미페미 거리는 몇몇 '한국남자'분들 계시는데
역시나네요 참ㅋㅋㅋ
제가 페미면 우리나라 모든 여자가 페미란거 아세요??
저만 아니라 제 주변 사람들 친구들 모두가 다 똑같이 생각해요
이 나라에서 결혼은 여자가 손해 맞아요
세상에 퍼진 가부장제,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진급 및 임금에 대한 여성차별
그리고 이 나라에선 여자는 생존자체가 힘든 나라에요
몰카에 대한 두려움,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 얼마전 신림동 CCTV 그거 남의 일이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연인과 헤어질때도 안전이별을 걱정해야 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요 ㅋㅋ
이렇게 생존에 대해 걱정하는것도 페미인가요?
네 그렇다면 이나라 95%의 여자들은 다 페미인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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