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이 안경을 주운 후 일어난 무서운 일4




돌아버릴 것 같았다.
 
사람이 살면서 상식이라는 게 있다.
 
적어도 귀신이라는 건 아무도 없는 그런 으스스한 장소에서
 
해 다 지고 껌껌한 그런 시간에 출몰하는 게 상식 아닌가?
 
밤도 아니고 오전 11시 쯤, 정말 밝아도 너무 밝을 때인 이 시점에서
 
사람도 많다 못해 미어터지는 공공장소인 학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는 일인가?
 
 
아니 잠깐만. '귀신'이라는 거에 대한 상식이 그런 거라면
 
상식을 파괴하는 지금 이 상황은 귀신이 아니라는 건가?
 
그럼 대체 뭐지?
 
와 진짜 돌아버릴 것 같았음.
 
너무 화가 나서 순간 ㅅ 1 발!!!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려는데 뭔가 위화감? 비슷한 걸 느꼈음.
 
가만히 소리에 집중해봤음.
 
다들 잘 아시다시피 여기는 학원임.
 
어느 정도의 사람 소리, 특히 교수님들이 마이크로 강의하는 소리는 어느 정도 들려와야 정상임
 
 
그런데...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도 아예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림.
 
어제랑 똑같음.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뭔가 소리를 지르면 안 될 것 같은 위화감을 좀 느꼈음.
 
소리지르면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 있었다. 
 
저 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들이 많다는 것.
 
왠지 문고리를 잡아 돌려선 어제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다.
 
난 뒤로 서서히 물러갔다가 전속력을 다해 달려서 문에 어깨를 쾅 부딫혔다.
 
 
???
 
 
다들 알다시피 작용 반작용이라는 게 있다.
 
 
내가 온몸을 날려서 문에 부딫혔는데, 그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부 전달된다.
 
그런데 문도 열리지 않았고, 나 또한 아주 미미한 충격만 느낄 수 있었다.
 
소리도 아주 작았다. 
 
아예 안 난 건 아니고, 굳이 비유를 하자면 솜 한 뭉치를 산에 있는 커다랗고 단단한 바위에 던졌을 때 나는 소리 쯤?
 
아, 그 정도면 소리가 아예 없는 건가? 모르겠다. 
 
내가 받은 충격량이나 소리로 보면 거의 그 쯤이었다.
 
뭐 아무런 것도 없었다.
 
 
아 놔...
 
문제는 그 이후였다.
 
화장실 문이 안 열리는 걸 알고 돌아보니,
 
화장실 풍경이 그렇게 오싹할 수가 없었다.
 
거울에 아무도 안 비치는 건 댈 것도 아니었다.
 
 
각각의 대변기에 달린 그 문들이, 열린 것도 닫힌 것도 아닌
 
애매하고 오묘하게 살짝 열려있는 그 상태가 무엇보다도 오싹했다.
 
 
왠지 저 안에 들어가 숨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여기 가만히 있자니
 
이렇게 오픈 된 화장실 한복판이 제일 위험한 것 같고.
 
지금 내가 여기 있으면 저 아무도 안 비치는 상식밖의 거울과 
 
저 알 수 없는 안경이 있고,
 
그렇다고 저 대변기의 문 중 하나 안에 들어가서 숨어있을 용기도 안나고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열리지도 않는 화장실 문에 바짝 붙었는데, 또 여기 붙어있자니 
 
갑자기 문이 열리고 뭐가 튀어나올지도 몰랐다.
 
 
 
생각해보니 모든 게 다 무서웠다. 
 
모든 상황이 다 엿 같았다.
 
 
내 나름 가장 안전한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져버리니 이건 뭐 진짜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근데 말이 멘붕이지, 멘붕의 자세를 취할 수도 없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쭈그려 앉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쭈그려 앉으면 그 즉시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이 모든 걸 다 보고있자니 너무나 무서웠다.
 
무섭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웅크릴 수도 없고, 눈을 감을 수도 없었다.
 
너무나 무섭지만 그래도 눈을 뜨고 지금 여기 모든 것 하나하나를 다 예의주시했다.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상식도 안 통한다. 
 
안전한 상황 같은 것도 없다.
 
진짜 기가 막혔다. 
 
전혀 생각도 못한 상황에서 이런 엿같은 경우가 발생했다.
 
 
 
난 이제 어찌해야하는가 미치고 돌아버릴 것 같은 상태로 거울이 비쳐지지 않는
 
화장실 한가운데서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등 뒤도 방심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다 멈춰있고, 조용하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게 또 날 미치게 했다.
 
 
내 입에선 '왜...? 왜...?'라는 물음만이 감돌고 화장실 가운데서
 
넘처럼 두리번거리며 신경을 극도로 세운채로 모든 것 하나하나를 다 예의주시했다
 
 
어제처럼 야한 생각하고 뭐하고 할 겨를도 없었음...
 
뭐 한 것도 없는데 100m 달리기를 전력질주 한 것처럼 호흡이 가빠졌고
 
진짜 이대로 죽을 거 같았음...
 
 
1초가 1분 같고 1분이 한 시간 같았음...
 
 
 
ㄱ절... 기절이 정말 하고 싶었는데 온 신경 곤두세우고
 
필요이상으로 말짱한 상태라 그나마도 되지가 않았음... 미침 진짜....
 
 
한 5분에서 8분 쯤 지났을까? 그 정도 지나니 진짜 미치겠더라.
 
그냥 뭐가 나오던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음
 
 
차라리 엄청 끔찍한 모습의 귀신이라도 빨리 나와줬으면 했음
 
너무 무서워서 제발 귀신이라도 나와주세요 하고 빌고 싶었음
 
 
그래 이렇게 미쳐버릴 바에 차라리 귀신을 보자
 
귀신이라도 보고 싶다.
 
만나면 나한테 왜 이러는지 일단 아구창부터 날리고 보자
 
 
진짜 내가 돌아버렸는지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됨
 
 
그래서 무서워서 감히 그 안을 들여다 볼 수도 없었던
 
대변기 칸 중 하나를 열고 들어가려 했음.
 
 
문이 닫힌 것도, 열린 것도 아닌, 애매하게 아주 살짝 열려있는
 
그 대변기칸의 문을 잡고 확 열어제끼는데
 
안열림 ㅋ
 
....
 
어어어
 
 
 
진짜 그때 "어어어"하면서 폭풍같이 눈물이 쏟아짐
 
소리없는 울음이었음. 소리도 못내겠음. 진짜 눈물이 주륵주륵 흐름
 
 
진짜 대변기칸들 있는 곳에서도 못 있겠고 다시 문 근처의 거울 앞 세면대 있는 곳으로 왔음
 
역시 거울엔 아무도 안보임
 
계속 눈물이 나고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아버렸음
 
눈물이 계속 나서 팔로 눈물을 훔쳤음
 
그 때 누군가 내 팔을 잡는게 느껴짐
 
 
흐이익!!!
 
 
난 경기를 하듯 놀랐고 눈물을 훔치던 팔을 치우자 뿌옇게 흐려진 시야 사이로
 
어떤 뽀골머리를 한 아저씨가 보였음
 
 
"괜찮아요?"
 
 
 
나는 나도 모르게 네? 네? 이딴 말만 반복하다가 갑자기 상황파악이 되었음
 
 
모든 게 색이 원래대로임. 그 상태 그대로임
 
고개를 들어서 거울을 올려다봤음. 거울에 다 비침.
 
그 뽀골머리 아저씨가 다시 한 번 내 어깨를 흔들며 물어봤음
 
 
"괜찮아요?"
 
 
아마 수업 도중에 화장실로 잠깐 나온 사람인 것 같았음.
 
 
아.. 네...
 
 
나는 어리버리하게 대답하고 화장실에서 나오려했음
 
그 순간 등 뒤에서 그 뽀골머리 아저씨가 불렀음
 
 
"아저씨. 이거 안경 아저씨꺼 아니에요?"
 
 
아니 내가 왜 아저씨야 누가봐도 아저씨가 더 아저씨 같구만.
 
난 정신이 없는 채로 뒤돌아봤는데 그 아저씨가 안경을 흔들며 나에게 말을 하더라
 
 
"아... 그거 그냥 가지세요"
 
"네?"
 
"아, 아뇨 주세요."
 
 
 
그냥 가지라 하는 것도 뭔가 이상해보일 것 같아서 그냥 받았음.
 
 
난 받자마자 빈 강의실에 있는 내 가방도 챙기지 않은 채
 
어제 그 안경을 주웠던 정in 오락실로 냅다 달렸음
 
지금 내 머릿속엔
 
 
이 안경. 다시 그 자리에 갖다놓자.
 
 
오로지 이 생각밖엔 없었음.
 
오전이라 사람이 몇 없었음.
 
난 어제 안경이 놓여져 있던 오락기 그 위치에 바로 안경을 올려놓고 오락실을 나왔음.
 
 
이 오락실 안에 있는 누군가 중에 그 안경을 다시 줏어가서 나같은 일을 겪을지 몰랐지만


5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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