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결혼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여성이자 회사원입니다.


다소 글이 글어질 것으로 예상되니 지루한 글을 읽을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저는 2년이 조금 넘는 연애를 하다 올해초 남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헤어진 이유는? 글쎄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남친을 처음 만났을 당시 저에게는 그가 벤츠와 같았습니다.




흔히 똥차가고 벤츠온다는 말이 있죠. 


그 남자를 만나기 전 다른 남자와 6개월간의 짧은 연애를 했는데


 얼마 되지 않는 기간에도 저를 너무 힘들게 했었거든요. 


저와의 약속은 자주 어기고, CPA 공부한다는 이유로 맘편히 데이트도 못했는데


 저에게는 말도 없이 다른 약속을 잡아 놀러나가고, 


며칠씩 연락도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사귀는 내내 사귀는 있는 건지도


 헷갈리는 그런 남자를 만나서 마음 고생하다 


결국 제가 포기했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소개로 만난 그 남자..


전 남친은 저보다 4살이 많은 남자였습니다.


당시 취준생이라는 이름의 백수였던 저에게 과분한 남자였죠. 


처음으로 만나는 직업이 있는 남자, 


차가 있어 제 집 앞으로 데리러오고 데려다 주는 남자,


 늘 능력없는 또래 대학생만 만나던 저에게는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객관적으로 봐도 잘생기고 키도 컸고 매너도 훌륭했고요.


3번의 만남후 그 남자는 저에게 고백했고 우리는 연인이 되었습니다.




1주일만에 따라간 남친 친구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첫 키스를 했습니다.


그리고 2주만에 떠난 크리스마스 여행에서 첫 관계를 가졌습니다.


진도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했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그때 저는 누구보다도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걸 


확신하도록 해주었으니까요.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맞은 그날 아침..


 넓은 창으로 가득 들어오던 따스한 햇살.. 


저를 맞은 편에 앉혀놓고서 손을 잡고 행복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얼굴.. 


그때 그 얼굴은 정말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이었어요.


 눈에 하트가 띄어진 것 같은 눈이었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이후 저도 취업을 하고, 


그 남자도 회사 일이 바빠 자주 보지는 못하고 평일에 가끔, 


주말에 몰아 데이트를 하곤 했지만, 행복했어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수입이 없었던 관계로


 그 남자가 모든 데이트비용을 부담했어요.


 넉넉친 않았지만 학생이던 시절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더치페이가 익숙했던 


저에게는 너무 낯선 경험이었죠.




“돈은 오빠가 다 쓸테니까 넌 돈쓰지마. 난 네 지갑이야. 


(지갑을 손에 쥐어주면서)이건 니 지갑이야.”


이 말에.. 전 정말 그래도 되는 건줄 알았나 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잘못한 것중 하나인데.. 


심지어 가끔씩 제 지갑에 용돈도 넣어줬어요. 


(제 친오빠에게도 한번 못받아본 용돈을..)



그 남자 돈으로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연극이나 영화, 전시회도 보러 가고,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도 갔어요.



그 남자가 제 돈을 쓰지 못하게 하니,


 제가 취업을 한 이후에는 제 나름대로 부담을 덜 주고 싶어서 


소셜커머스 쿠폰도 자주 알아보고 결제해서 맛집이나 


연극 등을 보러 다니기도 했어요. 



그리고 가끔 제가 해줄수 있는 한도내에서 그 남자에게 필요한 것들,


 갖고 싶어하는 것들을 평소에 잘 기억해줬다가 


크고 작은 선물들을 자주 챙겨주는 걸로 만회하고자 했었죠.


그 남자는 결혼을 하고 싶어했어요.




만난지 2주만에 다녀온 여행에서 저를 데려다주는 길.. 


차안에서 처음 결혼하자고 말했죠.


장난처럼, 가볍게 웃으면서.. 


그때만 해도 으레 연애할 때 기분좋으라고 하는 말인줄 알았죠.


그런데 그 남자의 집에서는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초기부터


 선을 보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 때 나이가 서른이었는데...




그리고 그 남자의 곁에 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시고부터는,


 남자에게 저를 집에 한번 데려오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저는 그때 26살의 백수였습니다. 


남자를 만난 경험 자체도 많지 않았을뿐더러(이전까지 2번) 


남자친구 집에 인사를 가본 경험도 전무했어요. 


저의 나이를 보나, 직업이 없는 취준생의 현실을 보나, 


인사를 가서 그 댁 부모님을 만나뵙는 일은 


생각만 해도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게다가.. 저희 집은 사업을 하는 그 댁과는 다르게 경제적 여유도 없는 집이었고,


 힘든 상황의 오랜 지속으로 인해 가족 간(부부간, 형제간 모두..)의 


사이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한 자격지심도 컸지요.




그 댁 아버님의 환갑 잔치 자리 등, 


몇 번의 간접적 초대에도 응하지 않자 


그 댁에서는 헤어지라는 말씀과 함께 선을 보라는 


압력을 꾸준히 넣으시는 것 같더군요.



하지만 전, 먼저 우리 사이에서 결혼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우리가 교제한 기간도 어느정도 지나고, 


제가 결혼이라는 사안에서도 최소한의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 되었을때 제대로 인사를 가고 싶었어요.


저희 집에서는 저의 결혼에 조금의 경제적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취업을 하고, 알뜰하게 돈을 모아 결혼자금을 마련한 후


 이 남자와 당당히 결혼하기 위해 생전 처음 써보는 가계부까지 쓰고


 저축 계획을 세워가면서 노력했어요.


그러다 어느덧 연애 2년..




어느 순간 우리에게도 시들해지는 시기가 오더군요.


저도 급격히 성장한 회사와 나날이 많아지는 업무에


 매일 야근을 했고, 


그 사람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전화를 빨리 끊고자 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일에는 만나는 날이 아예 사라지고, 


주말에는 하루종일 붙어있던 우리가 특별한 이유없이


 각자의 집에 있는 날들이 늘어났죠.


그리고.. 갑자기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만나지도 않았던 


이상했던 그 주말.


하루.. 이틀..




저는 집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을 했고 그 남자도 역시 그랬겠죠.


그리고 참다 못한 월요일 새벽.. 


저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서운함이 쌓일 대로 쌓여버린 마음에.. 


쉽게 먼저 헤어짐을 얘기해 버렸습니다.




만나는 동안 단 한번도, 


장난으로라도 헤어짐을 이야기한적 없던 우리였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헤어짐을...


카톡으로 이야기 해버렸어요.


그리고 그 남자도,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아.. 저는 헤어짐을 메시지로 내뱉은 


그 직후부터 후회했는데..


육성으로 뱉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미친듯이 나면서 바로 후회가 되더라구요.




만나는 동안에는 단 한번도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 


제 스스로 하지 못했어요.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만 가득차 있었죠. 


잘난 남자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오만해져 있었나 봐요.


 심지어 헤어지고 결혼을 못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남자가 헤어짐을 말한 순간부터 가슴이 너무 아프고 


죽을 것 같은 절망을 느꼈어요.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고 미쳤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저도 제가 미친 것 같더라구요.


잡았습니다.




바로 가지말라고,


 붙잡았지만 더 이상의 대화는 할 수 없었어요.


그 다음날 퇴근하자마자 


그 남자집 앞으로 운전해 가서 그 남자 집앞에서 2시간을 넘게 울면서 


기다렸지만 전화도 받지 않고 나오지 않더군요...



그 이후로


 그 남자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제 딴에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잠시 돌아오는 듯하던 남자는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때 그 남자가 무엇 때문에 그리 힘들어하고,


 갑자기 무서우리만치 냉정하게 돌아서버린 이유. 


정확히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모릅니다.



한번도 제대로 저에게 이야기해 준적이 없었거든요. 


제가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당신을 힘들게 하며, 


내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처절히 울면서 물었을때도 답해주지 않았어요.



 자기는 꾸준히 어필했고, 


아직까지도 너의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면 그건 답이 없는 거다


. 아니, 그건 너의 잘못도 단점도 아니고 그냥 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으니까


 무언가 고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고 그냥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


 난 살면서 여러 명의 여자를 만나봤지만, 


너같은 애는 처음이다. 


최악이다. 


그렇게 이야기 했어요.




우리는 2010년 말에 만나 2013년 초까지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우리가 헤어지던 그날 저녁 소개팅을 나갔고, 


다른 여자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2013년 1월에 헤어졌고, 


그 남자는 2013년 5월,


 우리가 헤어진지 4달만에,


 그리고 오늘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전..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실,


 지난 2년의 사랑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한때 그 사람은 저만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이란 시간이지만


 제 인생에 있어서는 가장 찬란했던 행복의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유일하게 제가 사랑이라는 걸 느꼈던 남자였어요. 


그사람이 저를 사랑하는 마음 말고, 


제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너무 늦게 깨달은게 저의 가장 큰 잘못이죠.


다시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지는 주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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